프로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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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PG-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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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막
자막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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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너나 가져라’ 해서 여의도(汝矣島)라 이름 붙여졌다는 이 섬. 모래와 바람만이 가득해 천인들이 양을 치고 궁녀들의 화장터로 쓰였을 만큼 쓸모없던 이곳은 이제 누구라도 들어오고 싶어 하나 아무나 들어올 수는 없는 도도한 땅이 되었다. 대한민국의 권력이 모이는 곳, 증권가의 거대한 자본이 오가고 온갖 찌라시와 루머가 양산되는 곳. 그리고... 뉴스와 드라마와 쇼로 대한민국의 여가시간을 책임지는 방송국이 있는 곳이 바로 여의도다. 그러니 이제는 누구도 ‘너나 가져라’고 말할 수 없는 어마무시하게 귀하신 땅인 것이다. 자 이제.. 여의도의 중심, 365일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으며 국민의 수신료로 운영되고 있는.. KBS 한국방송... 그곳의 6층, 예능국으로 올라가본다. 그곳에는 <1박 2일> <개그콘서트> <슈퍼맨이 돌아왔다> <비타민> <연예가중계> <뮤직뱅크> <전국노래자랑>을 만드는 사람들이, 파티션을 사이에 두고 앉아 있는 ‘사무실’이 있다. 그냥 사무실이다. 교무실이라든가 동사무소라든가 구로동 어느 무역회사와 뭐 그리 큰 차이가 없는.. 파티션 있고 복사기 토너 흔들어 써야하고 부장 눈치 보느라 어쩔 수 없이 회식 참석해야 되는... 그냥 사무실. 이곳에서 <1박 2일> 피디는 새로 들어온 조연출에게 “혹한기 야외 촬영 나갈 때 어느 회사 패딩이 가장 가성비가 좋은지”나 “어떻게 하면 까나리 액젓을 아메리카노랑 비슷하게 만들어 멤버들을 왕창 속일 수 있는지”를 어마어마한 영업비밀인 양 전수하며, <개그콘서트> 피디는 어떤 각도에서 박을 머리에 쳐야 깨지는 소리도 아주 그냥 시원시원하게 나면서 웃기게 얻어맞을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수십 개의 박을 지 머리로 깨고 앉아 있다. 한때는 수재 소리 들어가며 서울대 연고대 나와서 방송국 들어갔다고 축하도 많이 받았는데, 죽자고 영어 공부해서 토익도 980점씩 맞았었는데... 거리 인터뷰 나가 외국인 만나면 버벅대기는 고딩과 매한가지고 독해도 해외 직구할 때나 유용하지 별로 쓸 일도 없다. 중·고등학교 시절 내내 1등을 했던 과목은 ‘수학’과 ‘과학’이었건만, 정작 촬영장에서 가장 필요한 건 ‘눈치’와 ‘체력’이요, 취업하려고 ‘논술’과 ‘상식’ 후벼 팠지만 회의실에서 가장 필요한 건 ‘수려한 말빨’과 ‘핸드폰 전화번호부’임을 깨닫고 만... 예능국 근무 중인 고학력 바보들. 밤샘회의에 촬영에 편집에 마라톤을 뛰고도 시청률 떨어지면 밥버러지 취급을 받으니 오늘이라도 ‘너나 가져라’ 하고 싶지만.. 그래도 차마 그럴 수 없는 소중한 KBS 출입증. 그거 목에 걸고 오늘도 여의도 18번지 6층으로 출근하는 피디 아닌 직장인들의 사무실 이야기.